2025년 여름, 서울 예술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전시 중 하나는 단연 위너 브롱크호스트의 단독 전시입니다. 전시장은 그라운드 시소 서촌으로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8-8에 위치해 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설치,회화 작가인 위너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감각 중심의 추상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한국 전시를 위하여 새로 작업한 작품도 같이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전시장을 방문해 느낀 작품 세계, 전시 구성, 관람 후기 등를 소개합니다.
1. 작품 세계: 자연의 감각을 캔버스에 담다
위너 브롱크호스트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자연의 기운과 감각을 회화와 설치로 번역하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대표작들에서는 나뭇결 같은 붓터치, 이끼를 연상케 하는 질감, 물결을 닮은 색의 레이어가 반복되며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The Pulse of Forest 라는 초록빛이 주를 이루는 이 회화 작품입니다. 평면 회화이지만 질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며, 작품 가까이에선 실제로 자연 재료가 섞인 듯한 입체적 표현이 돋보입니다. 물감을 붓으로 바른 흔적이 아니라, 손가락, 헝겊, 나뭇가지 등을 활용한 흔적들이 캔버스를 따라 유기적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 감정과 자연의 리듬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무언가 느끼게 되는 경험으로 느끼게 합니다. 작품마다 제목은 존재하지만 텍스트 해설은 거의 배제돼 있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감정과 기억을 투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2. 전시 구성: 걷는 전시에서 머무는 전시로
이번 전시는 기존 전시와는 확실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벽면 중심이 아닌, 개방형 공간 안에 작품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구조로 구성돼 있어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각자만의 리듬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감상의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설치작품 Listening Wall 은 단순한 비주얼 오브제가 아니라 청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예술적 공간이었습니다. 벽면에는 수작업으로 그린 자연 추상 드로잉이 채워져 있고, 벽 안에 숨겨진 스피커를 통해 바람, 새소리, 빗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옵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주의가 작품에 집중되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전시장 중간 중간에는 러그와 빈백, 패브릭 의자가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그 위에 앉아 작품을 오래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는 작품과 함께 머무른다는 느낌이 강한 전시였습니다. 오감을 이용하여 감상하게 하는 점이 특히 기존의 미술관 전시와 차별화되는 요소였습니다.
3. 관람 후기: 사색과 회복의 시간이 된 전시
전시 관람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감각 회화 전시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체험한 위너 브롱크호스트의 전시는 단순히 ‘예쁜 그림’을 넘어서, 감정을 정돈하는 사적인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침묵’이었습니다. 관람객 대부분이 작품 앞에서 말 없이 천천히 움직였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서는 움직임이 마치 ‘예술과의 대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인 전시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명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는 장면과 멀리서 보는 장면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져 한 작품에 오래 머물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일부 관람객은 사진을 찍고 바로 떠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진을 찍고 나서도 오래 머물며 감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조명 연출이 좋아서 작품과 인물 모두 잘 담기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람팁으로는 평일 낮 시간대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몰입 가능하며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촬영할때는 너무 가까이서 촬영하는 것보다는 공간과 함께 담는 것이 훨씬 감성적이게 보입니다. 굿즈샵에서 판매하는 미니 도록이 작품 해석에 도움이 되며, 작가의 젊은 감각으로 구매 욕구를 불러오는 굿즈들이 많으니 천천히 구경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시장소 : 그라운드 시소(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8-8)
전시일자 : 25.03.21 - 25.09.14 10:00AM - 7PM (입장마감 6PM)
입 장 료 : 인터파크 예매 및 타 사이트 예매 가능
총평 : 도시 속 자연 감성 예술을 마주하다
위너 브롱크호스트 전시는 관람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전시였습니다. 도시의 시끄러움 속에서 벗어나, 자연의 결을 닮은 공간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 정서까지 자극하는 멀티 감각형 전시라는 점에서 기존 미술관 관람에 익숙한 관람객에게도 신선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감성적인 휴식이 필요한 2030 관람객, 자연 기반 창작자, 감정과 미학의 교차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강력히 추천됩니다.
관람은 25년 9월 14일까지 가능하니 특별한 전시를 보고 싶은 분은 꼭 방문 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술이란 결국 우리가 잠시 멈추는 여유입니다. 그 멈춤을 허락해준 전시가 바로 이 전시였습니다.